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 & 물회
후텁지근하기로 악명 높은 싱가포르보다도 덥다는 요즘 한국 여름. 떨어진 기력과 입맛을 동시에 살릴 음식으로 물회는 참 좋은 옵션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얼마전 사무실에서 물회로 몸보신 타임을 가졌는데요. 속초의 유명 물회 전문점인 봉포머구리집에서 사무실 근처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를 열어서 포장해왔답니다. 점심 겸 미니 회식이랄까요. 곁들일 와인으로 샴페인도 잠깐 고민했으나, 물회 양념 때문에 섬세한 샴페인의 맛을 온전히 즐기긴 어려울 것 같아 만만한 말보로 소비뇽 블랑으로 택했습니다.

봉포머구리집의 물회는 회와 각종 해산물이 들어 있는 용기, 살얼음에 가까운 육수, 국수로 구성됩니다. 육수를 뜯어서 용기에 붓고 국수까지 넣으면 먹을 준비 끝. 물회이지만 다행히 양념이 많이 강한 편은 아니라 와인에 곁들이기에 큰 무리 없습니다. 매운 맛도 알싸한 정도이고 신맛은 입맛을 돋우기에 그만이네요. 전복, 멍게, 오징어, 고둥, 성게알, 해초 등 해산물도 여러 종류라 골라 먹는 재미도 있고, 바다향을 듬뿍 머금은 재료들이라 소비뇽 블랑과도 무난하게 잘 어울립니다. 특히 전복회와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저에게 있어 클래식 of 클래식 조합인데요. 오래전 와인바에서 모임을 가진 뒤 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으려는데, 아니 바로 앞에 전복회를 파는 트럭이 있잖아요? 그래서 와인바로 다시 가서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을 한 병 사왔죠. 한여름 밤에 신사동 대로변 트럭에 서서 전복회와 함께 즐겼던 소비뇽 블랑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만큼 실패 없는 조합일 테니 꼭 시도해 보시길요.

이번에 물회와 함께 마신 와인은 뮤직 베이 소비뇽 블랑(Music Bay Sauvignon Blanc)입니다. 고추장 양념의 음식에 곁들여야 하므로 비싸고 섬세한 와인은 애초에 선택지에서 뺐는데요. 말보로 소비뇽 블랑 중에서도 특히 더 쥬시하고 가벼운 스타일로, 캐주얼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 딱이라고 생각했죠. 순수한 과즙미와 청량감이 돋보이면서도, 저렴한 말보로 소비뇽 블랑에서 보이곤 하는 거친 면이 없는 와인. 그래서 정말 주스처럼 편하게 손이 가는 와인. 함께 먹어 보면 물회의 새콤함과 와인의 산미가 쌍벽을 이루고, 야채의 아삭함을 와인의 크리스피함이 받아 줍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해산물이 머금은 바다향과 말보로 소비뇽 블랑의 아로마 프로필은 잘 어울립니다. 이 한여름 점심, 바쁜 와중에 시원한 실내에서 와인 페어링을 즐긴다는 낭만까지 보태면 피서지가 따로 없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