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멘 로로 랑리엉스 2022
Domaine Laureau l’Alliance 2022
루아르 슈냉 블랑은 소비뇽 블랑에 비하면 덜 대중적이지만 상당한 팬층을 지닌 품종입니다. 저도 그 팬 중에 한 명에 속하죠. 잘 만든 슈냉 블랑은 꿀과 모과, 밀랍 등 흔치 않은 아로마 프로필로 매혹적인 자태를 뽐냅니다. 하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인데요.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접근성 좋은 가격대에서 슈냉 블랑의 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와인이 흔치 않다는 것입니다. 도멘 로로의 랄리엉스는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줄 최적의 친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멘 로로는 포도 재배자이자 수목 재배자인 플로랑스(Florence) & 다미앙(Damien) 로로가 2006년 루아르 사브니에르(Savennieres)의 작은 마을에 설립한 와이너리입니다. 사브니에르(Savennieres) AOP와 사브니에르 로슈-오-무완느(Savennieres Roche-aux-Moines) AOP에 있는 6헥타르 규모의 포도밭에서 지난 20년간 슈냉 블랑 베이스의 화이트 와인을 생산해왔습니다. 재배자 출신이 만든 와이너리인 만큼 도멘 로로는 포도밭 관리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포도밭은 2012년에 유기농 인증을 받았고, 이후로는 토양 재생 농업을 지향하며 토양 미생물학을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도멘 로로의 엔트리급 퀴베인 랑리엉스는 도멘이 소유한 모든 플롯의 어린 포도나무에서 나온 주스를 블렌딩하여 만들어지는데요. 도멘 로로가 지닌 모든 마이크로 테루아의 집약체라 할 수 있습니다. 양조와 숙성 시 배럴을 사용하지 않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만 활용하는데, 대신 리스 숙성을 10개월로 길게 가져갑니다. 그래서 2022 빈티지인 이 와인의 병입일도 2023년 7월인 거죠.
제가 이 와인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에서 슈냉 블랑의 매력을 꽤 잘 구현해 냈다는 것입니다. 망고, 모과, 레몬, 복숭아, 꿀, 왁스, 작은 흰 꽃, 허브 등 향의 강도도 높고 선명한 편이죠. 향만 맡으면 달콤하지만 팔렛에서는 분명 드라이합니다. 슈냉 블랑의 순수한 과즙미와 신선하면서도 약간의 숙성된 부케가 조화로운데요. 고급 사브니에르의 깊이 있는 풍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브니에르 슈냉 블랑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와인입니다. ‘이 동네에서도 가성비 좋은 와인이 가능하네?’ 이런 느낌. 로버트 파커로부터는 91점을 받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