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랑송 르 블랙 리저브
Champagne Lanson Le Black Reserve
올 봄 샴페인 모임에 초대 받곤 한참 고민한 적이 있다. 지인의 초대였지만 초면인 분들도 있고 대면대면 아는 분들도 있었기 때문. 참석 조건은 ‘함께 마실 샴페인 1병’. 모엣 샹동이나 뵈브 클리코 같은 너무 흔한 아이템은 가져가기 싫고, 그렇다고 어떤 분들이 나오는 지도 모르는데 너무 고가 샴페인은 서로 부담스러울 수도 있어 망설여졌다. 아무리 봐도 셀러엔 마땅한 와인이 없어 와인샵의 판매 리스트를 열었다. 마침 딱 눈에 들어온 와인이 있으니, 샴페인 랑송 르 블랙 리저브(Champagne Lanson Le Black Reserve). 모임의 결과가 어땠냐고? 다행히 대부분 10만원 언더의 대중적인 샴페인들을 가져 왔는데, 랑송은 그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서로 부담없을 가격대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달까.

가장 오래된 샴페인 하우스 중 하나인 샴페인 랑송은 1760년 랭스(Reims)의 중심지에 설립되었다. 랑송 샴페인은 40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만들어지는데, 이중 60헥타르는 직접 소유하고 있고 소유한 밭의 16%는 비오디나미와 유기농 방식으로 관리된다. 포도 재배자들로부터 공급 받는 포도의 50%는 그랑 크뤼 및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에서 나온다. 이 엄선된 크뤼 포도밭을 포함하여 양조 시 유산 발효를 하지 않는 전통, 풍부한 리저브 와인, 긴 셀러 숙성 기간이 샴페인 랑송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생동감 있고 과실미 좋고 신선한 샴페인이 완성되는 것.
샴페인 랑송은 오래 전부터 뛰어난 품질로 인정받아 왔다. 영국 왕실 인증인 로얄 워런트(Royal Warrant)를 가장 빨리 받은 샴페인 하우스 중 하나인데, 1900년 빅토리아 여왕 때부터 영국 왕실에 샴페인을 공급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테니스 경기인 윔블던(Wimbledon)이 선택한 샴페인도 바로 랑송. 1977년부터 윔블던 토너먼트에 공급해 온 것을 시작으로, 2001년에는 공식 샴페인 파트너(Official Champagne Partner)가 되었다고 한다.

모임에 가져간 랑송 샴페인은 ‘르 블랙 리저브’로, 2013년부터 랑송의 셀러 마스터를 맡고 있는 에르베 당탕(Herve Dantan)이 처음 탄생시킨 샴페인이다. 49개의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를 포함하여 80개 크뤼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로 만들어졌다고. 블렌딩 비율은 피노 누아 50%, 샤르도네 35%, 피노 뫼니에 15%. 테이스팅했을 때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한 리저브 와인이 팔렛을 주도한다고 느꼈다. 리저브 와인의 비중은 45%로, 일부는 10년 이상 오래 숙성한 것도 있다고. 덕분에 한 모금에 매료되는 풀바디한 풍미를 지니게 된 것 같다. 게다가 최소 5년간 셀러에서 숙성하기 때문에 복합미와 풍성함이 잘 조화된 상태로 시장에 출시된다. 그렇다고 숙성미만 돋보이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75~90%의 와인이 유산 발효를 거치지 않아 포도 본연의 신선함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사주는 7g/L.
샴페인 랑송 르 블랙 리저브는 고소한 비스킷과 아몬드, 꿀, 사과, 시트러스가 잘 조화된 강렬한 풍미를 지닌 샴페인다. 와인 자체의 힘이 좋고, 신선함과 숙성미가 정말 잘 조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마신 10만 원 아래 샴페인으론 최상의 만족도를 줬다고 할 수 있겠다. 국내에 랑송 샴페인은 ‘르 블랙 리저브’ 외에도 ‘르 블랙 크레아시옹 N.258(Le Black Creation N.258)’, ‘르 블랑 드 블랑(Le Blanc de Blancs)’, 최근 2012 빈티지로 유통되는 ‘르 빈티지(Le Vintage)’가 수입된다. 언젠가 또 즐거운 만남에서 맛볼 수 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