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o.1 카베르네 소비뇽을 만드는 다우 빈야드(Daou Vineyards)
캘리포니아에서 ‘제2의 나파’로 떠오르는 산지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자리한 나파나 소노마와 달리 남쪽에 자리한 파소 로블스(Paso Robles). 원래는 그르나슈, 시라 등 론 품종의 와인을 장려하고 생산하는 ‘론 레인저스(Rhone Rangers)’로 유명했던 지역이나 최근엔 카베르네 소비뇽과 같은 보르도 품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이끈 와이너리가 있으니, 바로 다우 빈야드(Daou Vineyards)이다.

다우 빈야드는 레바논 출신의 조르주(Georges) & 다니엘 다우(Daniel Daou) 형제가 2007년에 설립했다. 레바논 출신의 캘리포니아 와인 생산자라니 흔치는 않을 텐데, 그 배경을 이야기하자면 대략 이렇다. 어린 시절 레바논 내전을 피해 부모님과 함께 프랑스로 이민을 온 다우 형제는 학업을 위해 또다시 미국으로 떠나왔다. 졸업 후 당시 프랑스에 머물렀던 아버지는 두 아들과 함께 레바논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형제는 아버지에게 받은 자금으로 캘리포니아에서 스타트업을 차려 어마어마하게 성공하게 되었다. 젊은 나이에 이룬 큰 성공이었지만 다우 형제는 돌연 회사를 매각하기에 이른다. 와이너리 설립이라는 본인들의 진정한 꿈을 쫓기 위해서였다. 이후 형제는 8년간 전 세계 곳곳의 와인 산지를 탐험한 끝에 캘리포니아 파소 로블스를 주목하게 된다. 그 이유는? 와인메이커 다니엘 다우가 찾아 헤매던 토양이 석회질 점토였는데, 구글링으로 찾아보니 멀지 않은 파소 로블스의 토양이 석회질 점토였던 것. 그리곤 매물로 나와 있던 한 산을 매입하고, 다우 마운틴(DAOU Mountain)이라 이름 붙였다. 파소 로블스 와인 산지의 주품종을 바꿀 다우 빈야드는 그렇게 시작했다.

다우 와이너리가 설립된 2007년만 해도 파소 로블스 지역은 론 품종이 우세했다. 무려 60% 이상이 론 품종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역전되어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중이 60%에 육박하는데,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바로 다우 빈야드가 있는 것이다. 형제가 와이너리를 설립할 당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우 마운틴에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나무를 심고는 “파소 로블스는 카베르네를 위한 땅”이라 선언한 다우 형제. 이후 와인메이커 다니엘 다우는 파소 로블스 와인 생산자 협회에서 활동하며 주위 와이너리들을 설득해 나갔다. 다우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의 결과물이 좋았기에 다른 와이너리들도 하나둘 가능성을 확신하기 시작했고, 파소 로블스에는 점차 카베르네 소비뇽 빈야드가 많아지기 시작했다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나파 밸리에 대적할 만한 와인을 생산한다는 와인 평론가들의 호평에 힘입어 다우는 미국 내에서 단시간에 크게 성장하게 된다. 최근엔 다우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DAOU Vineyards Cabernet Sauvignon)이 병당 20달러 이상 카베르네 소비뇽을 기준으로 판매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러한 다우 빈야드의 가능성을 높게 본 글로벌 와인 그룹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트(Treasury Wine Estates)는 2024년 11월 10억 달러를 들여 와이너리를 인수했다. 프리미엄 캘리포니아 와인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싶었던 트레저리의 선택이었다고 할까.

지난 5월, 2019년부터 다우 빈야드를 경영해 왔고, 현재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트의 럭셔리 세일즈 & 마케팅 총괄 사장인 네브 루키치(Neb Likic)님이 방한했다. 이틀에 걸쳐 다우 빈야드 파티와 디너를 통해 국내 수입되는 다우 빈야드의 전 라인업과 수입 예정인 와인들까지 테이스팅해 볼 수 있었는데, 소울 오브 어 라이언(Soul of a Lion)이나 패트리모니(Patrimony)과 같은 상위 라인업으로 갈수록 와인이 훌륭한 건 당연한 일일 테지만, 나머지 와인들도 정말 훌륭했다. 곧 한국에도 수입될 예정인 소비뇽 블랑은 캘리포니아 소비뇽 블랑의 과숙된 느낌 하나도 없이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고, 미국 넘버원 와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져다준 기본급 다우 카베르네 소비뇽 역시 바비큐 같은 편한 자리에서 마시기 좋은 와인이었다. 그리고 다우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국내 소비자가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훨씬 높은 가격대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