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메이커 스테판 비비에의 와인 비비에(Vivier)
자신을 ‘게으른 와인메이커(Lazy Winemaker)’라고 정의하는 와인메이커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와이너리 비비에(Vivier)를 운영하는 스테판 비비에(Stephan Vivier)가 주인공. 부르고뉴에서 나고 자란 찐 부르고뉴 출신으로 오베르 드 빌렌(Aubert de Villaine)의 와인메이커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오베르 드 빌렌은 잘 알려져 있듯 도멘 로마네 콩티(Domaine Romanee Conti)의 오너 오베르 드 빌렌(Aubert de Vallaine)과 캘리포니아의 유명 와인 생산자인 래리 하이드(Larry Hyde)가 캘리포니아에서 함께 만드는 와인이다. 스테판 비비에는 이 와이너리에서 오베르 드 빌렌과 래리 하이드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으며 ‘나파 밸리의 몽하셰’라 불리는 와인들을 만들었다.

스테판 비비에가 자신의 와이너리를 오픈한 건 2009년. 또 다른 유명 와이너리 파 니엔테(Fa Niente)의 CFO이자 아내인 다나 섹스톤(Dana Sexton)의 서포트로 비비에를 설립한 것이다. 처음엔 피노 누아를 중심으로 생산해 오다 약 10년 후 샤르도네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하이드 드 빌렌의 와인메이커 역할은 그만두긴 했지만 지금도 좋은 관계를 이어오는 중. 하이드 빈야드의 포도로 만든 샤르도네가 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포도밭은 주로 샌프란시스코의 산 파블로만(San Pablo Bay) 인근에 있는데, 차가운 바닷바람과 안개가 밀려 들어오는 곳이라 과숙하지 않은 포도로 신선함과 우아함을 잔뜩 머금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앞서 스테판 비비에를 ‘게으른 와인메이커’라 표현한 것은 그의 와인 양조 철학과 연관이 있다. 부르고뉴 오트 코트 드 본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비교적 일찍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현장에 발을 담근 스테판 비비에는 나이 지긋한 한 이웃 와인 생산자로부터 ‘자유방임주의’ 와인 생산법을 터득했다.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며 ‘참을성’을 갖고 포도가 자신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지난 2월 27(목)에 열린 캘리포니아 와인 얼라이브 테이스팅(California Wine Alive Tasting) 2025 시음회의 히든셀러 부스에서 비비에 와인을 실제로 테이스팅 해 볼 수 있었다. 수백 종의 캘리포니아 와인을 선보이는 행사라 좋은 피노 누아 & 샤르도네 와인이 많이 출품되었는데, 비비에는 그 중에서도 단연 인상 깊었다. 군더더기 없이 포도의 순수한 과실미가 잘 표현된, 정말 우아한 와인들이었언 것. 나는 행사 운영진이라 여유있게 테이스팅할 시간은 없었는데, 그래도 와인인(WINEIN.) 미디어의 기사를 통해 소개했던 비비에는 꼭 테이스팅하고 싶어서 짧게 만나 봤는데 정말 훌륭했다. 참고로 생산량은 극히 적다. 와인당 국내 수입되는 병수는 70~80병 수준. 피노 누아 & 샤르도네 애호가라면 꼭 한 번은 마셔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