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멘 드 파 보졸레 플뢰리(Domaine de Fa Fleurie) 2018
갸메(Gamay)를 좋아하여 셀러에 항상 갸메 한 병씩은 넣어두고 있다. 그런데 보졸레 지역이 워낙 내추럴 와인 무브먼트가 강하게 일어난 곳이다 보니, 내추럴 와인을 즐기질 않는 나의 입맛에 딱 맞는 와인을 찾기란 아이러니하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새로운 보졸레 와인을 보면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갸메만의 신선함과 생기로움, 에너지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 내추럴 뉘앙스가 너무 강하지 않은 보졸레 와인을 찾아 마시다 정말 마음에 드는 와인을 발견했으니, 바로 도멘 드 파(Domaine de Fa)의 플뢰리(Fleurie) 2018이다.

도멘 드 파는 북론의 전설적인 와인 가문인 그하이요(Graillot) 패밀리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1980년대 크로즈 에르미타주 지역에 도멘 알랭 그하이요(Domaine Alain Graillot)를 설립하여 정교한 시라를 생산하며 명성을 쌓아온 와인 가문이다. 2011년, 현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인 막심 그하이요(Maxime Graillot)와 그의 형제 앙투안(Antoine)은 그들의 와인 양조 세계를 넓히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013년, 보졸레 플뢰리(Fleurie) 지역의 유기농 포도밭 3헥타르와 생따무르(Saint Amour) 지역의 유기농 포도밭 5헥타르를 구매했다. 특이하게 중심점이 되는 도멘은 부르고뉴도 론도 아닌 그 사이, 뚜르 쉬르 론(Tournon-sur-Rhone) 지역에 있다고.
이 와인이 생산된 플레뤼 호슈-귀용(Fleurie Roche Guillon)은 플레뤼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포도밭 중 하나다. 해발고도가 360미터에 이르는 곳. 유기농 인증을 받았고 비오디나미 방식을 실행하는 포도밭으로 30년 이상된 올드바인 갸메가 자라고 있다.
100% 홀 클러스터로 야생 효모 발효, 그리고 세미 카르보닉 마세라시옹 방식을 적용하여 만들어진 와인이다. 숙성은 1~3년 사용한 오래된 푸드르에서 14개월, 또 병입 후 8개월간 셀러에서 숙성을 후 출시했다 한다.
와인은 아주 맑고 미디엄+ 정도의 향 강도를 보여준다. 2018 빈티지인 만큼 숙성은 약간 진행된 듯. 아주 마시기 좋은 상태로, 체리, 딸기, 콜라, 클로브, 넛맥, 가죽, 거름, 버섯 등 복합적인 향이 층층이 레이어된다. 산도는 미디엄+, 바디감도 미디엄 플러스. 브렛의 향은 있지만 와인이 가진 향미가 복합적이라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갸메를 아주 쥬시하게 만들면 너무 가볍고 캐주얼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건 적당히 무게감도 있고 피노 누아 같은 우아함도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