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애호가라면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를 한 번쯤은 봤을 거다. 이혼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마일스와 코 앞으로 다가온 결혼이 두려운 예비 신랑 잭이 여행을 떠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행선지는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사랑하는 와인 애호가 마일스의 주도로 정해진 여행지이다. 올해 2월 말, 이 산타 바바라 지역의 와인 생산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매년 열리는 ‘캘리포니아 와인 얼라이브 테이스팅(California Wine Alive Tasting) 2025’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행사 다음 날, 산타 바바라 와인 생산자들이 미디어를 대상으로 개최한 이벤트를 통해 산타 바바라 와인 산지와 와인을 알아본다.

산타 바바라 와인 미디어 이벤트

산타 바바라는 어디?

산타 바바라는 지난 2021년 <와인 인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로부터 ‘올해의 와인 산지(Wine Region of the Year)’로 선정된 와인 산지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샌프란시스코 남쪽,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에 자리하고 있다. 참고로 좀 더 잘 알려진 와인 산지인 나파 밸리(Napa Valley)나 소노마 코스트(Sonoma Coast)는 샌프란시스코 북쪽인 노스 코스트(North Coast)로 분류된다. 오늘날 산타 바바라가 캘리포니아 최고의 부르고뉴 품종 재배지로 성장한 배경에는 오 봉 클리마(Au Bon Climat) 와이너리의 설립자인 짐 클렌드넌(Jim Clendenen)의 역할이 컸다. 산타 바바라 카운티 와인의 선구자로서, 특히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품종을 중심으로 이 지역이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는 데 앞장섰다. 지난 2021년 그가 타계한 후로, 현재 오 봉 클리마 와이너리는 그의 아들 녹스(Knox)와 딸 이자벨(Isabelle)이 이끌어가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그들을 포함하여 총 10개 와이너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오 봉 클리마 와인들

보르도 & 론 품종도 뛰어난 산타 바바라

그렇다고 산타 바바라가 부르고뉴 품종만 잘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정식당에서 열린 이날 산타 바바라 미디어 이벤트에서도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를 전문으로 다루는 오 봉 클리마나 브루어 클리프턴(Brewer Clifton), 페스 파커(Fess Parker) 등이 돋보였지만, 보르도나 론 품종으로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들도 인상 깊었다. 보르도 스타일 와인을 딱 하나만 예로 들자면, 스타 레인(Star Lane) 와이너리에서 선보인 아스트랄 카베르네 소비뇽(Astral Cabernet Sauvignon) 2013이 있다. 와인메이커인 타일러 토마스(Tylor Thomas)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 나의 첫 와인을 가져왔다”라며 이 와인을 소개했는데, 2013 빈티지로 맛본 이 와인을 여러 모로 정말 뛰어났다. 전형적인 보르도 스타일 와인인데, 모든 요소의 밸런스가 좋고 고급스러운 풍미와 원숙미까지, 정말 잘 만든 와인이었다. 한편 론 품종을 잘 다룬 와이너리로는 라바지(LaBarge)가 눈에 띄었다. 사실 이 와이너리는 방한 일정 직전에 일이 생겨 와인 생산자가 비행기에 몸을 못 실었는데, 행사에서는 그르나슈, 시라, 피노 누아 등을 테이스팅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품질이 매우 안정적이었고, 특히 그르나슈가 가장 주목할 만했다.

스타 레인(Star Lane) & 디어버그(Dierberg) 와인들

태평양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는 평행 계곡

산타 바바라가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건 역시 테루아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다른 지역과 다르게 바다를 향해 열린 횡단 계곡이 큰 역할을 한다. 즉, 캘리포니아의 다른 와인 산지에 있는 산맥들은 해안선과 평행하게 세로로 자리잡고 있는 데 반해, 산타 바바라의 산맥은 가로로 자리 잡고 있어 태평양의 시원한 바람이 내륙까지 그대로 통과되어 들어오는 것이다. 덕분에 태평양에 가까운 곳의 포도는 과숙하지 않을 수 있다. 산타 바바라는 7개 세부 AVA로 나뉘는데, 해안선에 가까울수록 피노 누아나 샤르도네와 같이 부르고뉴 품종의 결과물이 좋고,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워지니 보르도나 론 품종의 결과물이 좋다.

https://sbcountywines.com/

미쉐린 2스타, 정식당과 산타 바바라 와인의 만남

이번에 산타 바바라 미디어 이벤트가 열린 장소는 서울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인 정식당이었다. 정확히는 정식당 1층에 있는 대관 전문 공간인 ‘정식 스페이스’. 정식당의 베스트 메뉴로 구성된 7종의 한식 카나페에 산타 바바라 와인이 곁들여졌으며, 정식당의 김민준 소믈리에가 직접 그 페어링에 대한 설명을 하여 이해를 도왔다.

산타 바바라 와인에 곁들여진 정식당의 한식 카나페

1982년 오 봉 클리아의 짐 클렌드넌이 와이너리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산타 바바라에는 와이너리가 10개 남짓했는데, 현재는 300여 와이너리가 존재할 정도로 큰 와인 산지로서 성장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10개 와이너리 중 5개 와이너리는 미수입이고, 5개 와이너리는 국내 수입 중이다. 산타 바바라를 대표하는 샤르도네 & 피노 누아는 특히 부르고뉴에 비견한다면 가격 경쟁력이 있는 편이니, 앞으로 더 많은 산타 바바라 와인이 한국에 소개되기를 바란다.

한국을 찾은 산타 바바라 와인 생산자들
정식당에서 열린 산타 바바라 미디어 이벤트에서 만난 와인 생산자들

산타 바바라 와인 테이스팅 이벤트에 참여한 와이너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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