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페덴 샤르도네 2022
Trefethen Chardonnay 2022
신대륙 샤르도네에 자주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순전히 나의 개인 취향 때문이다. 샤르도네 포도가 너무 잘 익은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오크 숙성까지 나의 선호도 이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눈 앞에 있어도 좀처럼 마시고 싶지 않아 하는 편. 한마디로 좀 재미가 없는 맛이랄까? 물론 햇살 잘 받고 자라 오크 향까지 가미한 샤르도네 와인의 팬층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고, ‘신대륙 샤르도네’라고 획일화하기엔 아쉬운 뛰어난 품질의 와인도 분명 많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급으로 가면 버건디 스타일의 훌륭한 와인이 많다는 것도. 단지 개인 취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최근 좀 흥미로운 신대륙 샤르도네 와인을 만났다. 캘리포니아, 그것도 나파 밸리산. 바로 트레페덴 샤르도네(Trefethen Chardonnay) 2022이다.

트레페덴 샤르도네는 캘리포니아의 열감이 쫙 빠진 와인이다. 어찌 보면 요즘 나오는 부르고뉴 블랑 보다도 더 그린 계열의 향이 우선적으로 느껴질 정도. 나파 밸리산 와인인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했더니, 세부 생산지가 오크 놀 디스트릭트(Oak Knoll District)라 한다. 나파 밸리 남쪽 끄트머리에 있어 산 파블로만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다 공기와 안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지역으로, 나파 밸리에서 가장 시원한 와인 생산지라 할 수 있는 곳 말이다. 그 덕분에 포도가 천천히 익어 복합적인 풍미를 지니면서도 좋은 산도를 지닌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것.
‘그래도 나파 밸리 샤르도네인데 오크 숙성으로 인한 진한 바닐라나 코코넛, 혹은 햇빛을 잘 받아서 나는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과일 향이 느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산뜻한 청사과와 레몬을 필두로 메론, 복숭아, 옅은 망고의 아로마가 더해지고, 은은한 허브 향이 머리를 맑게 해주는 느낌. 오크 숙성을 하긴 했지만 굉장히 절제되어 있고, 섬세한 아로마와 균형 잡힌 산도가 돋보이는 매우 맑은 와인이다. 이 트레페덴 샤르도네는 유명한 파리의 심판이 열린지 3년 뒤, 1979년 와인 잡지 고트 밀로(Gault Millau)가 주최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샤르도네 부문에서 세계 1위로 선정된 역사가 있다. 당시 행사 규모로 따지자면 파리의 심판보다 더 컸다고 하니, 오래 전부터 뛰어난 품질을 보였던 것. 나파 밸리산 샤르도네이지만 유럽 와인의 느낌이 났던 와인, 트레페덴 샤르도네 2022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