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 베넷 주한 뉴질랜드 대사

소비뇽 블랑 데이 2025 이벤트에서 만난 뉴질랜드 와인의 다양성

소비뇽 블랑 데이 이벤트 2025

매년 5월 첫 금요일은 국제 소비뇽 블랑 데이(International Sauvignon Blanc Day)이다. 소비뇽 블랑 덕분에 와인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뉴질랜드는 특히 전 세계적으로 정부 차원의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왔다. 국내도 예외는 아닌데, 올해는 지난 5월 2일(금)에 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New Zealand Trade and Enterprise)의 주최로 뉴질랜드 대사관저의 야외 정원에서 기념 행사가 열렸다. ‘작은 뉴질랜드’라는 애칭이 있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뉴질랜드산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핑거푸드를 곁들여 뉴질랜드 와인을 선보인 것. ‘뉴질랜드 와인’하면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지만 이날 행사에서는 다섯 개 지역으로 나눈 섹션에서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와인 몇 가지만 지역별로 살펴보자.

던 베넷 주한 뉴질랜드 대사
던 베넷(Dawn Bennet) 주한 뉴질랜드 대사

오클랜드(Auckland)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 오클랜드(Auckland)에서도 와인이 생산된다. 최근 뉴질랜드 와인 캠페인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쿠뮤 리버(Kumeu River)가 바로 오클랜드 지역의 와이너리다. 소비뇽 블랑 데이 행사에서는 스파클링 와인과 샤르도네를 테이스팅할 수 있었다. 쿠뮤 리버 샤르도네는 고급 부르고뉴 블랑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고소한 깨소금 향이 폴폴 풍기면서도 섬세하게 다가왔는데, 지금까지 마셔 본 뉴질랜드 샤르도네 중 가장 우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행사장에 있던 유일한 스파클링 와인인 쿠뮤 리버 크레망도 기억에 남는다. 소비뇽 블랑으로 만들어 상큼함을 강조한 뉴질랜드 스파클링 와인이 아니라,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를 베이스로 만들어 고소한 빵과 연성 치즈,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너무 맛있는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쿠뮤 리버(Kumeu River)
쿠뮤 리버(Kumeu River)

혹스 베이(Hawke’s Bay)

보르도 블렌드와 같은 레드 와인으로 좋은 평을 받는 혹스 베이(Hawke’s Bay) 지역의 와인은 어떤 게 나왔을까? 먼저 크래기 레인지(Craggy Range)가 있다. 크래기 레인지는 와이라라파(Wairarapa)의 마틴보로 지역에서 생산하는 테 무나 소비뇽 블랑(Te Muna Sauvignon Blanc)이 가장 유명하고 인기도 좋지만, 이날 나를 사로잡은 와인은 혹스 베이산 로제 와인이다. 메를로를 베이스로 만들어 사랑스러운 딸기류 과일 향과 신선한 산미, 밸런스가 특히 좋은 와인! 로제 와인에서 흔히 느끼곤 하는 알코올이 튄다든가 이맛도 저맛도 아닌 닝닝함은 1도 없는, 정말 잘 만든 로제였다. 소비자가 5만 원이라고 하는데 눈에 보이면 개인적으로 구매 의사 100%다. 아, 그리고 크래기 레인지의 혹스 베이산 시라도 훌륭했다. 정원에서 즉석 조리하여 제공한 뉴질랜드산 양고기 바비큐와 특히 환상의 궁합을 보였다고.

크래기 레인지 로제(Craggy Range Rose))
크래기 레인지 로제(Craggy Range Rose))

혹스 베이 와인을 언급하며 테 마타(Te Mata)를 빼놓을 순 없다. 소비뇽 블랑 데이 이벤트에도 등장하지 않으면 아쉽지. 화이트 와인으로는 소비뇽 블랑과 보르도 블렌드인 케이프 크레스트(Cape Crest)가 나왔다. 그냥 소비뇽 블랑이야 몇 차례 테이스팅한 적이 있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케이프 크레스트도 아주 흥미로웠다. 소비뇽 블랑을 주품종으로 해서 세미용이 블렌딩되었다는데, 풍성한 바디감과 우아함이 정말 보르도 블랑 그랑 크뤼 같았기 때문. 그리고 시라 러버인 내 맘에 쏙 들어온 와인이 있으니 바로 불노즈 시라(Bullnose Syrah). 2019 빈티지로 나왔는데 충분히 더 멋있게 숙성될 것 같았다. 이외 알마 피노 누아(Alma Pinot Noir)도 훌륭했고, 메를로와 카베르네 블렌딩인 아와테아(Awatea)는 흡사 보르도 그랑 크뤼를 맛보는 것 같았다. 이런 뉴질랜드산 레드 와인들은 보르도 그랑 크뤼보다 가격 접근성도 좋고 오래 숙성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만하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테 마타(Te Mata) 와인들
테 마타(Te Mata) 와인들

와이라라파(Wairarapa)

흔한 브랜드여서 간과하기 쉽지만 펄리셔 에스테이트(Palliser Estate)는 뉴질랜드 피노 누아에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상징성도 있는 와이너리이다. 뉴질랜드 최초로 피노 누아를 재배했다고 알려진 와이너리가 펄리셔이기 때문. 펄리셔 와인 중 소비뇽 블랑 데이 이벤트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건 에스테이트급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였다. 함께 테이스팅한 다른 참석자들도 “펄리셔 팬카로우만 자주 접하다 에스테이트급은 처음 마셔보는데 생각보다 더 부르고뉴를 닮아 있다”라는 의견을 많이 내비쳤다. 부르고뉴 레지오날급 와인의 좋은 대안이 아닐까.

펄리셔(Palliser) 와인들
펄리셔(Palliser) 와인들

말보로(Marlborough)

뉴질랜드 와인 산업의 중심지인 말보로산 와인은 정말 많이 나왔다. 코노(Kono), 리틀 뷰티(Little Beauty), 테 파(te Pa), 시로(Cirro), 러브블럭(Loveblock), 오투(OTU) 등 무려 6개 브랜드가 행사에 참여한 것.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다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지녔을 것 같지만 이렇게 여러 와인을 차례로 마셔 보면 그 속에서도 조금씩 개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와인 하나만 소개하자면 바로 ‘시로’다. 뉴질랜드 남섬 서던 알프스와 말보로 사운즈 상공 25,000 피트에는 ‘시로’라는 이름의 새털구름(권층운)이 있는데, 시로는 이 구름에서 내린 깨끗한 비를 맞고 자란 포도로 만들어 말보로의 순수한 테루아가 그대로 담긴 와인이다. 이렇게 그냥 글로 보거나 들으면 마케팅을 위한 컨셉 같겠지만, 시로 와인을 한 모금 마셔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소비뇽 블랑의 풍미가 정말 순수하고 깨끗하게 표현된 와인이었기 때문.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 가끔 거칠게 느껴지거나 목넘김이 좀 걸릴 때가 있는데 이 와인은 스르륵 넘어가는 질감까지 좋았다. 레이블에도 이런 느낌이 정말 잘 표현된 것 같다.

시로(Cirro) 와인들
시로(Cirro) 와인들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

마지막 살펴볼 지역은 센트럴 오타고다. 마틴보로, 와이파라 밸리와 함께 뉴질랜드 피노 누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며 떠오르는 와인 산지. 소비뇽 블랑 데이 이벤트에 나온 머드 하우스나 러브블럭처럼 말보로나 타지역에 베이스를 둔 와이너리들도 센트럴 오타고산 피노 누아를 생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반면 번 코타지(Burn Cottage)의 경우 센트럴 오타고에 베이스를 둔 와이너리로, 이 지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라고 한다. 특히 센트럴 오타고 최초로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실시한 와이너리라고. 행사에선 총 세 종의 피노 누아를 테이스팅할 수 있었는데 모두 고급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떠올리게 했다.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이 괜히 “피노 누아의 성배가 발견될 곳”이라고 센트럴 오타고를 극찬한 게 아니겠지.

번 코타지(Burn Cottage) 와인들
번 코타지(Burn Cottage) 와인들

뉴질랜드 와인을 상징하는 품종이 소비뇽 블랑이긴 하지만, 이번 소비뇽 블랑 데이 이벤트를 통해서는 뉴질랜드에서 훨씬 다양한 품종들로 뛰어난 와인이 생산된다는 것을 체감했다. 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은 지난 3월부터 5월 말까지 프리미엄 뉴질랜드 와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4월달에 탭샵바에서 열린 프로모션도 그 일환이었다. 이번 5월 말에는 뉴질랜드 와인메이커들이 한국을 찾아 올 예정으로, 하우스오브신세계 와인셀라 및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와인하우스, SG다인힐 붓처스컷 삼성점과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 중에 있다. 소비뇽 블랑과 함께 다양한 뉴질랜드 와인들을 만날 좋은 기회가 될 듯. 다가가기 쉽고 정말 맛있는 뉴질랜드 와인의 매력을 많은 사람이 알아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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